비오던 그날들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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영화 [클래식]
 
에피소드 1. 빗길
 
늦은 시간 너의 연락을 받고 나갔을 때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. 남방을 벗어 우산 대신 뒤집어썼을 때 운동을 마치고 온 너에게서 평소와 다른 땀 냄새가 났지. 그날 너와의 섹스도 좋았지만 모텔까지 가는 길, 비오는 그 길, 나란히 걷던 게 더 생각이 나. 
 
에피소드 2. 비가 부추기던
 
너와 헤어지고 친구랑 술을 한잔하고 있었어. 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던 유일한 친구와... 그 친구랑 술 마시다 용기를 내서 너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먼 도시로 떠나버린 네가 마침 XX시에 있다고 답이 왔지.
 
같이 술 마시던 친구를 버리고 너에게 갔어. 택시보다 내 마음이 먼저 도착했을걸? 갑자기 내린 비라 우산도 없었고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던지... 어찌어찌 택시를 잡아타고 너를 만나러 가던 그 택시 안에서 보던 유리창에 맺힌 빗방울들을 보면서 나는 진정으로 살아있다고 느꼈어.
 
오랜만에 만난 너와 그냥 맥주 한 잔을 마셨을 뿐이지만 그래도 좋았어. 밖에는 비가 내렸고 나는 너를 많이 보고 싶었으니까. 
 
에피소드 3. 빗속에 숨고 싶던
 
술이 술을 마시고 다들 신이 난 그 속에서도 내 신경은 온통 너에게 가 있었어. 그날의 너는 다른 날과 조금 달랐거든. 예상을 넘어서는 너의 갑작스런 키스. 꾸밈도 없는 고백.
 
"자고 싶어"
 
갑자기 내린 비에 우산이 없었는데 비를 맞으며 취기에 흔들리며 걷는 그 길이 좋았어. 너도 나도 빗줄기에 숨겨져 보이지 않을 것 만 같던 그 밤. 빗줄기도 함께 키스하던 그 밤. 
 
에피소드 4. 오는 담장
 
“담배 사러 갈 사람?”
 
담배는 핑계. 보이지도 않는 담배 가게를 찾아 이리 걷고 저리 걷다가 담장 밑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깜박 졸기도 했어.
 
너는 좋아한다는 건 눈물이 나는 일이라고 말했어. 나는 너의 서툴고 꾸밈없는 말들이 좋아. 너랑 같이 있어서 좋았어. 담배가 떨어져서 다행이야.
 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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